같은 주에 정반대의 두 숫자가 나왔다. SK하이닉스는 분기 영업이익 83조원과 ‘3년치 물량 완판’을 선언했고, 같은 시각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하루 만에 시가총액 670조원이 증발했다.
AI 반도체의 실수요는 지금 진짜로 뜨겁다. 그런데 그 수요를 떠받치는 쪽의 현금이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꺾였다. 이번 주 숫자들은 AI 산업의 자금 순환이 어디서 막히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준다.
메모리 ‘완판’—실수요는 진짜다
10월 28일 SK하이닉스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 83조3,338억원을 발표했다. 분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었고, 영업이익률은 79.7%에 달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327.9%, 632.1% 급증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회사는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3년간 D램과 HBM 물량이 사실상 완판된 상황”이라고 밝혔고, 이 발언이 나온 지 10분 뒤 매수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다음 날인 29일 삼성전자는 매출 195조2,532억원, 영업이익 107조4,405억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테크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돌파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영업이익만 106조5,000억원이다. 6세대 HBM인 HBM4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늘어 전체 HBM 매출의 60%를 차지했고, 내년 물량 역시 목표 가격에서 협상을 마쳐 완판된 상태다. 공급 부족은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금을 낼 쪽의 현금은 마르고 있다
문제는 이 메모리를 사는 쪽이다. 10월 29일(현지시간) 알파벳 주가는 하루 만에 12.64% 급락한 283.82달러에 마감했다. 2004년 상장 이후 최대 낙폭으로, 시가총액 약 5,000억달러(약 670조원)가 사라졌다. 3분기 매출 1,275억8,000만달러는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고, 설비투자(CAPEX)는 513억5,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4% 급증했다. 잉여현금흐름(FCF)은 −90억6,500만달러로 2분기 연속 적자다. 핵심 수익원인 검색광고 매출도 전년 대비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날 아마존도 시간외 거래에서 6% 넘게 급락했다. 3분기 매출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고, 최근 12개월 잉여현금흐름은 −424억달러로 1년 전 +148억달러 흑자에서 정반대로 돌아섰다. 올해 현금 기준 자본지출은 약 2,2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설비투자에 452억달러를 쓰고도 186억달러의 잉여현금을 남기며 대조를 이뤘다. 시장이 본 것은 투자 규모가 아니라 ‘스스로 벌어서 감당할 수 있는 현금’이었다.
칩 회사가 고객사에 투자하는 순환 구조
이 와중에 자금 조달 구조는 점점 더 얽히고 있다. 브로드컴은 뱅크오브아메리카, 블랙스톤, 씨티그룹, 모건스탠리와 손잡고 630억달러 규모의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AI 가속기와 네트워크 장비를 사들여 앤트로픽에 임대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금융사가 자금을 대고 칩 회사가 장비를 파는 대신, 최종 사용자는 장비를 사지 않고 임대료를 낸다.
메타는 자금조달 규모를 975억달러로 늘렸고, 이 공모에 엔비디아가 30억달러, AMD가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칩을 파는 회사가 칩을 살 고객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셈이다. 엔비디아가 올해 참여한 투자 라운드는 121건으로 2022년(13건)의 아홉 배가 넘는다. 골드만삭스는 2026~2031년 AI 관련 자본지출 총액을 7조6,000억달러로 추산한다.
2028년이 관문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AI 반도체의 실수요는 지금 진짜로 뜨겁다. 그러나 그 수요를 떠받치는 빅테크의 현금창출력은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꺾였다. 자체 현금이 마르면 투자 재원은 부채와 지분 발행으로 옮겨가고, 그 비용은 금리와 시장 심리에 그대로 노출된다. 호실적을 낸 메모리 회사들의 앞날도 결국 이 자금줄이 버텨주느냐에 달려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반대로 이 2028년은 신규 공급이 본격화하는 시점이자, 지금 쌓인 계약과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검증받는 시점이기도 하다. 메모리 ‘완판’이 호황의 증거인지, 사이클의 정점인지는 그때 갈린다.
출처
-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3년치 완판’: 이데일리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909366645617512)
- 삼성전자 3분기 실적·HBM4 완판: 조선비즈 (https://biz.chosun.com/it-science/ict/2026/10/30/GJK6E3EYUZGV7I4VY6HFG34JDY/)
- 알파벳 주가 12.64% 급락·시총 5,000억달러 증발: 헤럴드경제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920786)
- 아마존 실적 부진·거품론: 헤럴드경제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920705)
- 브로드컴·앤트로픽 630억달러 SPV·메타 증자: 머니투데이 (https://www.mt.co.kr/world/2026/10/29/2026102819460773829)
- 알파벳 실적이 메모리 업계에 미칠 영향: 조선비즈 (https://biz.chosun.com/it-science/ict/2026/10/30/JXNTSV72ZVHNZNP3EKP7OJ4Y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