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살 수 없는 K뷰티 제품이 일본에서 먼저 팔린다. 브랜드들이 각국 소비 취향에 맞춘 ‘현지 전용 라인’을 잇달아 내놓고, 현지에서 검증된 제품을 다시 한국·중국에 들여오는 ‘역수입’까지 시작됐다.
한국에 없는 K뷰티, 일본에서 먼저 뜬다
APR은 지난해 2월 아젤라산·나이아신아마이드 라인을 일본에 내놓은 데 이어 그해 12월 태반·세라마이드 라인, 올해 5월 말 글리실글리신 라인을 차례로 출시했다. 모두 일본 전용 제품으로, 한국을 비롯한 다른 시장에는 출시 계획이 없다. 회사는 현지 수요가 강한 신규 스킨케어 라인을 해외 공략의 핵심으로 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누아는 아젤라산 라인 8개 제품을 일본에서만 판다. 세럼·토너·로션으로 구성된 이 라인은 일본에서만 누적 판매 800만 개를 넘겼다. 대표 제품인 ‘아젤라산 15 인텐스 카밍 세럼’은 SNS 입소문을 타고 한국 관광객이 일본에서 사 오는 ‘역직구’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달바글로벌도 지난 7월 금목서 향을 입힌 ‘화이트 트러플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 펩타이드 오스만투스’를 일본 전용으로 출시했다.
현지에서 이기면 되돌아온다 — 역런치
해외에서 먼저 검증된 제품을 한국과 다른 시장에 다시 파는 흐름도 뚜렷하다. APR의 ‘리본 체리 글라스 헤어브러시’는 지난 5월 일본 출시 후 두 달 만에 현지 누적 판매 10만 개를 넘겼고, 이후 한국 면세점과 중국 시장에 들어갔다. 스킨푸드의 레몬그라스 라인업도 일본 인플루언서와 공동 개발해 현지에서 성과를 낸 뒤 국내 출시를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 브랜드가 해외로 나가면서 시장별 소비 패턴에 맞춰 제품 구성과 향·성분을 달리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M&A도 원료·유통으로 번진다
투자은행과 컨설팅 업계는 이런 변화를 자본시장의 새 기회로 본다. 딜로이트 코리아가 지난 4일 공개한 ‘K뷰티의 성장과 새로운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은 114억 달러로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였다. 올해 상반기 수출도 7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3%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K뷰티 인수합병(M&A)이 브랜드를 넘어 원료·유통·제약바이오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브랜드 하나를 사는 것보다 공급망과 연구개발 기반을 확보하는 쪽으로 자본의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품을 현지화하고, 그 성과를 다시 사들이는 구조가 K뷰티의 다음 성장 축이 되고 있다.
출처: Seoul Economic Daily(2026-11-03) · The Asia Business Daily(2026-11-04)
